kimys508 2023. 4. 22. 09:44

 
 

청실홍실의 가수 안다성


 
원로 가수
공연 제작을 하는 나는 ‘원로 가수’라는 말을 상당히 싫어한다. 원로 가수란, 오랜 세월 가수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이다.
가수들도 원로 가수라고 하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이가 있다. 60-70년 대부터 한국 가요에 전성기를 맞이해 수많은 스타 가수들이 지나갔다. 백년설, 남인수, 고복수, 현인, 이난영, 황금심, 백설희, 권혜경, 송민도, 김정구 등 수없이 많은 명가수들이 이미 운명을 달리하고, 그 후에도 이분들이 부른 노래는 방송을 통해 접하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이른바 MZ세대)가 듣는 음악이 다르다.
말도, 뜻도, 발음도 빨라 기성세대는 따라 부를 수도 없는 노래가 주류를 이룬다. K-팝으로 세계를 정복한 노래도 기성세대는 잘 이해를 못 하는 이가 대부분일께다.
물론,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가 부르는 가요를 뽕짝이라고 폄하하면서 듣기가 불편하고, 듣다 보면 머리가 아프단다.
 
1960년대 중반부터 매년 연말이면 각 방송사(KBS, MBC, TBC)들이 가요대상이란 이름으로 그해 가수왕을 뽑는다. 그때 시청률은 65%를 기록했다고 한다. 가수 최희준은 ‘하숙생,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를 불러 가수왕으로 등극한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학부 출신이기도 하다. ‘대머리 총각, 빨간 선인장’을 부른 김상희는 고려대 법대를 나온 재원이다. ‘님과 함께, 가슴 아프게’를 부른 남진, ‘고향역, 님 그리워’를 부른 나훈아, ‘동백 아가씨, 아씨, 흑산도 아가씨’를 부른 이미자, ‘오동잎’의 최헌, ‘돌아와요 부산항에’ 조용필 등이 있다.
1995년도 무렵부터는 대상자가 서태지, God, 소녀시대, 김건모, 비, 이효리, 장나라 같은 가수들이 휩쓸었다. 트로트 가수와 이들이 한 무대에서 후배 가수들이 수상하는 걸 보고 서 있는 모습은 기성 가수가 아닌 우리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도 민망할 따름이다. 이렇게 어색한 가요대상이 두 갈래로 쪼개지더니 지금은 가요대상에서 트로트 가수는 안 보인다.
세대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변화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종편 방송사에 의해 트로트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전성시대를 넘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종편은 물론 공중파도 트로트 일색이다. 기현상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는 오래된 가수로 원로 가수를 모십니다.’ 하고 사회자가 가수를 소개할 때 그리 소개한다. 맞는 말인가? 가끔 생각한다.
국악을 부르는 이는 ‘국악인’, 클래식 음악을 하는 이는 ‘성악가’, 민요를 부르는 이는 ‘명창’, 록을 부르는 이는 ‘로커’라 하고, 트로트를 부르는 이는 ‘가수’라고 한다. 음악에 따라 수식어가 붙는다.
가왕, 여왕, 가객, 황제, 레전드... 오래된 가수는 원로 가수...
요즘 나오는 가수는 신세대 가수로 통한다.
오래되고 히트곡이 많은 가수를 ‘트로트 대가’라고 부르면 어떨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조용필 가왕, 이미자 여왕, 나훈아 가객, 현철은 트로트 황제, 남진은 레전드,라고, 한다. 가수도 시대 상황에 따라 국민의 애환을 달래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때문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마땅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는 가수를 대놓고 원로 가수라고 하는 건 예의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이분들을 ‘트로트 대가’로 불러주면 어떨까.
이제 한국 가요사도 100년쯤 되다 보니, 많은 가수가 샛별처럼 떴다가 사라지고, 세대도 바뀌어 이제는 그야말로 원로 가수라는 분들이 근래에 한분 한분 떠난다. 청실홍실 부른 안다성, 카츄사의 노래를 부른 송민도, 밤안개를 부른 현미...
‘트로트 대가’들이 살아 있을 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트로트 대가’ 소릴 들으려면, 상당한 히트곡이 있어야 하고, 나이는 60대부터 70대 초중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칼럼에 기고했듯이, 가수도 정년퇴임 연령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그대로 남겨두고 싶다. 너무 많은 나이에 무대에 선다는 것은 초라해지는 일이다.
어느 직종이든 정년이 있다. 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아도 잘 설명될 것이다. 몸은 노쇠하고 목소리는 갈라지고 고음처리는 안 되어서 듣는 이가 불안하고, 부르는 가수는 민망하고...
이렇게 되지 않도록, 대접받는 스타로서의 품위를 지켜주고 싶은 심정이다.
가수 협회는 선배들이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정부와 깊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목포의 눈물에 가수 이난영

 

밤안개 가수 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