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지하철,한국지하철.
외국 지하철과 한국 지하철
아주 오래전, 남미 페루에 박람회 참가 후, 미국 마이애미에서 스톱오버(공항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24시간을 넘는 고객을 이르는 말) 2시간 하기에, 시카고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동안 공항 공중전화 부스에서 손가방(일명, 007가방)을 누군가가 슬쩍 가져갔다. 현금과 신용카드가 든 가방인데 잃어버렸다. 두 시간 후 비행기가 뜨는 상황에서 가방 분실이라는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 경찰의 도움으로 가방을 찾기는 했지만, 현금과 신용카드는 없어진 후였다. 빈털터리가 된 나는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거쳐 가는 일정이라 빈손으로 뉴욕 공항(존F 케네디 공항)에 내렸다. 주머니에 있던 알량한 몇 푼이 다였던지라 택시도 못 타고 뉴욕 지하철로 뉴욕 시내까지 가게 되었다.
그때 받은 첫인상의 뉴욕과 뉴욕의 지하철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래전인데도 지하철은 낡았고, 전등 불빛은 희미해 섬뜩한 기분마저 들었다. 투숙한 호텔(미리 예약한 곳)은 4성급인데, 어둡고 습해 욕조에선 담배(시가) 냄새로 고약했다.
뉴욕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뉴욕 시내의 지하철도 공항에서 시내 들어오는 지하철 못지않게 지저분한 느낌이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기억이 미국 뉴욕의 지하철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프랑스 출장을 가게 되었다. 미국 뉴욕의 지하철 경험과 달리 프랑스 사람들은 온순하고 친절한 반면, 지하철역과 지하철 내부는 역시 지저분한 느낌이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은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A존, B존, C존 전부 연결되어 있었다. 요금도 1주일, 한달치의 티켓을 사면 할인이 많이 되었었다. 오래된 지하철들이라 열차도 낡았고, 지하철 역사도 깨끗한 느낌이 없었다.
물론, 오페라 하우스, 루브르 박물관 같은 명소역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해외 출장 초기에 일본 동경 지하철(JR)을 타고는 엄청 놀랬다. 사방팔방 연결도 잘 되어있고 친절했다.
이곳도 역시 시설이 오래된 곳은 깨끗하지 않았지만, 역 주변은 정비가 잘 되어있어 일본인들은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한다. 대기업의 오너들도 그런다고 했다.
1974년도 국내 처음 운행되었던 1호선 종로1가역에서 청량리역을 가던 시절이라, 거미줄같이 잘 연결된 동경의 지하철에 탄복을 했던 기억이 있다. 1980년도 이야기다. 동경 시내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었다. 그리고 지하철역과 다른 대중교통의 연결이 너무 잘되어 있었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바쁜 일정과 해외에서 찾아오는 바이어 마중으로 안내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시절(30대 초반)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 1년의 생활이 한국에서 반, 해외에서 반을 보내던 시절이라 한국에서 지하철 개통(1974년) 이후, 거의 타 본 적이 없다. 바이어를 대동하고 차로 가까운 곳도 가고, 이 공장에서 저 공장, 이곳저곳을 안내했기에 지하철 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생활했다.
국내 노인복지로 65세가 넘으면 지하철 이용이 무료인데도 그동안 제대로 타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지하철 노선도 잘 모른다. 몇 년 전 다리를 조금 다치고 나서 다리근육을 키우려 한주에 반(월수금)은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시작한 지 1년쯤 되어 온다. 생각보다 지하철이 너무나 잘 되어있었다.
내가 경험한 나라들의 지하철과는 비교도 안 된다.
요금처리도 카드로 되고, 이용하기가 너무나 편리하고 좋다.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 이렇게 편리한 교통 시설을 왜 외면했을까.
그러나 경로우대에 대한 문제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경로우대로 인해 지하철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아침 9시가 넘으면 열차 안에는 절반이 경로 우대자들의 신천지다. 이렇게 아침 일찍 어디를 가는지...
출근하는 젊은 사람들인 유료 승객이 무료 승객에게 떠밀려지는 듯한 느낌이다. 지하철역에서 하차해 엘리베이터로 이용해 밖으로 나오려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모두가 무료 승객이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하루종일 무료이니, 하루종일 여기저기 다니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하루에 몇 번이라는 제한된 횟수가 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늦게 타기 시작한 나부터라도 요금은 내고 타야만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서울은 교통 천국이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