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수의 무대
대중가수의 무대
한국의 대중가요는, 해방 전부터 80여 년의 긴 역사가 있다.
보기에 따라 100년이란 말과 70년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공연 제작사를 운영하는 나는 80년으로 본다.
가요사는 꽤 길고 복잡하지만, 큰 틀에서 내용을 서술하려고 한다. 해방 전 백년설, 이난영, 황금심, 고복수, 윤심덕, 현인, 한복남, 남인수 이들은 우리 가요를 부르고, 625동 난 때 종군 연예인으로 활약했다.
전쟁이 끝나고 우리 가요는 본격적으로 무대가 넓혀져 갔다.
KBS 라디오 방송국이 1927년 개국되었지만, 주로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 위주였다. 1960년대에 라디오 방송국이 다양화하며, 경쟁체제가 되면서, 각 방송국들이 전국 중소도시에서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경연대회가 붐을 타며 많은 가수가 등장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주한 미팔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가수도 가요시장에 합류하며 한국 가요 시장은 호황기를 맞이했다. 이때만 해도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이라 가수를 직접 보는 것은 자기 내 고장에 극장쇼가 들어와야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스타인 것이다.
공연도 하루 5회 또는 6회씩 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가수들은 하루 5-6회 공연을 하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곤 했다.. 관객도 매회 인산인해였다. 시설이라고는 몇 명 안 되는 악사, 조명이라고는 어두운 극장에 핀조명 하나가 전부인 시절... 그래도 공연이 있는 날은 극장 주변에 암표 장사꾼이 몰려들곤 했다.
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반까지, 한명숙, 현미, 패티김, 최희준, 이금희, 유주용, 위키리, 권혜경 등 대단한 가수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곤 했다.
60년대 말부터 남진, 나훈아를 위시해 문주란, 정훈희, 쟈니리, 김부자, 김세레나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등장했다.
세월이 흘러 김세환, 윤형주, 송창식 같은 통기타 가수들이 등장하고 90년대를 거쳐 힙합 가수, 댄스 가수, 발라드 가수 등 장르가 다양해져 갔다.
가요는 그러면서 90년대 말부터 트롯트 가수는 성인가요로, 젊은 사람들은 댄스와 발라드 같은 장르로 나뉘어,, 방송사의 가요대전, 가수왕의 계보가 달라졌다. 성인가요는 서서히 멀어지며, 소녀시대, HOT, 방탄소년단 같은 여러 명이 춤추며 노래하는 가수만 남고 트로트는 유일하게 KBS 가요무대라는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란 프로그램만 남고 잊혀 갈 무렵, TV조선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여 엄청난 방향을 일으켰다. TV조선의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2, 미스터 트롯-2를 보며 KBS, MBN, MBC, SBS 등등 타 방송사에서도 같은 구성의 콘텐츠들을 마구 생산해 많은 국민들이 식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는 무대의 고급화, 가수의 그룹화 되기에 이르러, 전에 활동하던 가수들은 설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3년의 공백과 오디션 프로그램 탄생에 의한 일반 가수는 설자리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종편에서는 기성 가수들이 수십 년에 걸쳐 히트된 노래를 젊은 가수의 오디션 무대를 통해, 화려하게 바꿈으로써 기성 가수의 콘텐츠를 독식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기성 가수들의 안주와 타성에 젖어 노력하지 않고 자만한 결과이기도 하다. 가수가 가수의 품위를 버리고, 시장통에서 노래를 하고, 찜질방에서 노래하며 품위를 잃어버린 탓도 작용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안목이 아쉽다.
그리고 내 생각을 피력하자면, 가수도 정년이 있어 70세까지만 활동했으면 한다. 70세가 넘고 80세를 넘어 계속 활동하면 그간 쌓아놓은 좋은 이미지마저 흐려지는 결과가 오고, 목소리는 70세가 넘으면 갈라지고 고음처리가 안 되는 법이다. 성대도 노후 되니, 어쩔 수 없다면 화려할 때 멋진 은퇴도 고려할만하다.
그 대표적인 가수가 패티김이다..
우린 본인이 못 느낄 때, 주변 지인들의 조언도 들어볼 만할 것이다. 이 문제는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모든 문화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도 직결된다.
생활 또한 한참 잘 나가던 시기에 생활인으로 바른생활을 하다 보면 될 것으로 믿는다. 예전에 유럽 땅 끝에 포르투갈의 소도시 “카보도라카”라는 지명이 있다.
포르투갈 관광 가는 분들은 필수 코스로 들리는 곳이다.
이곳은 “파두라” 노래를 부른 포르투갈 국민 가수가 있다. 이 곡은 우리나라 아리랑이란 노래와 같이 포르투갈인들이 사랑하는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도 60세에 현역에서 은퇴하고 포르투갈 땅 끝 마을 “카보도라카”에서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데 하루에 한 번 이 노래를 부른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포르투갈인들이 이 가수를 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멋지고 당당한 그녀의 노래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된다.
가수도 정년이 있어야 한다는 걸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하다. 가수는 떠나도 노래는 영원히 남는데, 들으면서 가수의 영상이 좋은 모습으로 남으면 더 좋을 듯하다.
아주 오래전 모 가수가 80대 초인데도 너무나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방송에 나온 적이 있었다. 그분의 젊은 시절 명성이 한순간에 초라하게 되는 걸 보았다.
우리, 우리의 스타를 아끼는 마음에 언급한 것이니 좋은 뜻으로 이해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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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실업 영상사업단의 공연 무대들